그런데 우리는 점점 일상에서 기다림을 몰아냅니다. 마치 못된 악당을 물리치듯 기다림을 없애버리는 거죠. 기계화된 농장에서는 점점 ‘제철’과 상관없이 ‘언제나’ 수확할 수 있는 농작물들을 만들어갑니다. 편지를 보내고 몇날 며칠을 기다리던 우리는 이제 숫자 ‘1’이 사라지면 손톱을 잘근잘근 물게 되었고, TV 앞에서 이번 주 본방송을 기다리던 우리는 이제 유튜브 피드를 슬롯머신처럼 딸깍 새로고침을 하게 되었죠. 어쩌면 조만간 열두달 동안 떨어지지 않는 벚꽃도 만들어낼지도 모르겠습니다.
그렇게 우리 세상은 더 자주 달고, 아름답고, 재미있어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. 그런데 역설적으로 ‘자주’ 감각할 수록 사람의 감각은 무뎌져버리고 맙니다. 달달한 복숭아 직후에 먹은 파인애플은 그저 떫고 신 섬유질이 되어버리듯이요. 시간적 빈도가 감각의 강도와 반비례한다는 이 단순한 사실 앞에서, 우리의 악당 ‘기다림’이 사실은 우리 편이었다는 반전이 드러납니다 (두둥)...! “빨리 더”를 쫓았지만 사실 “기다린 만큼 더”였다는 충격적인 사-실!
오래 전 어느 유명한 분이 “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”라고 했다죠. 이걸 바꿔 말하면, “모든 것이 제철이라면 아무것도 제철이 아니다”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. 복숭아를 베어 물고 ‘아 이 복숭아 맨날 먹고 싶다’하셨겠지만, 아니요. 기다리셔야 합니다. 겨울 붕어빵을 기다리듯 여름 복숭아를 기다려야 합니다. 기다림이 다시금 ‘제철’만의 당도와 아름다움과 재미를 빵빵하게 채워줄 때까지요!
자 그렇다면, 이 장황하고 엉성한 논증을 왜 펼쳐놓았냐구요? 그건 바로 쥬쥬베휴먼이 자기가 낫기를 좀 기다렸으면 해서 입니다. 아프면 약을 먹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쉬면서 기다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. 건강에도 제철이 있습니다. 빨리 더 낫고 싶겠지만 기다린 만큼 더 낫는다는 사-실! 이 일기를 씀으로써 쥬쥬베휴먼이 스스로 낫기를 기다릴 시간을 조금 벌었으니 제 소임은 다한 것 같습니다. 휴. 쥬베프님들도 모쪼록 건강이 제철이시길. 그럼 이만 쥬이사는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. 하도 얘기했더니 복숭아 먹고 싶네요…
추신) 아 혹시 유난히 일기에 의성어 의태어가 많았다는 거 느끼셨나요? 네, 쥬쥬베북스에서 의성어 의태어로만 이루어진 귀엽기 짝이없는 신간 <멍멍>이 나왔습니다. 그래서 저도 많이 써봤어요.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! 주인장이 쓰러졌으니 저는 그냥 대놓고 홍보하겠습니다. 무지무지 귀엽습니다. 여러분들의 따듯한 관심만이 쓰러진 쥬쥬베휴먼을 벌떡 일으킬 수 있습니다(아마도).
* 무려 댕댕이 세 친구가 자문위원으로 제작에 참여했대요!! 자문위원 보러 가기 |